봄 기지개

by 이혜연
봄 기지개

찬 바람 끝에

온다는 너의 기별

진작에 들었지


동구밖도 기웃거려 보고

괜스레 발끝에 걸린 흙도

툭툭 건드려봐도


어디한곳

봄꽃들이 만개한 일이 없더니

비가 내린 오후


분주하게 솟아오르는

새싹들이며 꽃봉오리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봄 기지개가 활짝 폈다




어제는 놀이터에서 돌아와 갑작스레 대청소를 하게 됐습니다.

진두지휘를 한 건 첫째인데요 이유인즉슨 함께 어린이집에 다녔던 여자아이와 집에서 놀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널브러져 있던 책들을 책장에 정리하고 그림을 그려대던 종이들도 바구니에 담습니다.

지난주에 산 자기 책상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도 잘 개서 옷장에 정리합니다.

청소와 정리를 마친 후 둘째에게 단속을 합니다.

"어지럽히지 말고 놀아."

그러더니 저에겐 친구가 오면 간식으로 호떡을 구워줄 수 있냐고 묻습니다.


아들 둘 있는 집에 첫째가 8살이 되더니 첫 번째 봄이 오고 있습니다.

마치 데이트를 준비하는 남자처럼 옷도 세팅해 놓고 놀러 오면 어떤 간식을 대접할지도 미리 준비해 두는 모습이 영락없이 첫 데이트입니다.

설렘설렘하는 봄이 밖에만 있지 않은 듯 우리 첫째의 마음도 어느새 핑크빛으로 물들 수 있는 나이가 된 듯합니다. 다행히 귀염둥이 둘째는 아직 엄마 바라기지요.


새 봄이 오면서 저는 폐경을 걱정하는 나이가 되고 첫째는 사랑을 알아가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봄은 언제나 사랑스럽고 따스하죠.

덕분에 저도 오늘 놀이터에서 만난 첫째의 데이트(?)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엄청 이쁘다는 칭찬을 입에 달고 놀러 오라는 말도 전했습니다.

아름다운 봄이 여기저기서 시작되는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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