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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Aug 21. 2022

시간을 만지다

때는 온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이다

시간을 만지다

끝없이 기다릴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얼어붙은 땅을

온몸에 힘을 주어 걸으며

찬바람에 어깨를  감싸며 걷다 보면

봄이 제시간에 와주는 걸까

혼자서

생각하곤 한다


어느새

햇살이 말랑해지면

서둘러 씨를 뿌리고

하룻밤

이튿날들을 손가락으로 헤아리며

싹이 트길 기다리다가

기별이 없는 날들만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서둘러 집을 나서다

불현듯

조그만 푸른 싹이 보일 때가 있다


비를 맞고

바람을 이겨내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기도의 날들을 보내게 된다


때가 된다는 건

기다림의 끝에서

또 다른 시작을 하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그림을 매일 그리면서 나는 항상 오늘 뿌린 씨앗이 언제나 싹을 피울지 기대하고, 기다리며 , 조금은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싹을 틔우지 못할까 봐...

그렇게 마음이 흔들릴 때는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렸었다.


언제고 때는 온다.


하지만 내가 그때를 알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 나를 채우고

기다림에 아등바등하며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내 그림이 팔렸다.

항상 응원을 보내주시던 분이

그림을 소장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다.

꿈만 같은 일들이 일어났고

몇 번이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기쁜 시간을 보낸 후

 그림을 그리려고 앉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왠지 더 잘해야 될 것 같아서

자꾸 실수하게 되고 글도 써지지가 않았다


그렇구나

싹이 났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비바람을 견디고

갈증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날들의

시작점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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