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식된 시간

by 이혜연
잠식된 시간


아무 맛도 느낄 수 없는 시간

까스락 까스락

건조한 소리만 허공을 헤매고


향기도 그림자도 없이

그저 바람에 흔들거리며

바스락바스락

오후의 볕이 낡아간다


무료한 밴치

귓가를 스쳐가는 언어들

사어들이 늘어갈수록

시선도 아득히 먼 곳에서 떠돌게 되는

잠식된 시간들 속에서


뒤적뒤적

엉클어진 나를 찾아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백 프로 몰입하는 것

그것이 그 시간을 백 프로 쓰는 일이듯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불안함을 달래려고 유튜브를 본다든지 어떤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하다 보면

시간은 오히려 공허해지는 것 같아요.


오늘은 제법 날이 추웠습니다.

영하 14도에도 이렇게 추위를 느끼진 않았던 것 같은데 봄이라는 생각에 마음의 시간을 그 온도로 맞춘 탓인지 영상의 기온에도 놀이터에서 달달달 떨었습니다.

첫째의 축구사랑은 날이 갈수록 더해져 1시 40분부터 6시 20분까지 축구를 합니다.

아무리 가자고 하소연해 봐야 조금만 조금만을 주문처럼 외울 뿐 돌아서 집으로 갈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집에 가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가지고 나와 밴치에 앉아 읽고 있는데 이번엔 둘째가 함께 놀아달라며 손을 잡아끕니다. 서걱서걱... 일상이 서걱거립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고 싶어지는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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