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by 이혜연
제자리

앞으로 끝없이

올라가도

뒤로 속절없이

끌려 내려와도

결국 제자리


발을 굴려 더 높이

올랐다가도

처음 그 자리에서

다시 내려야 하지만


가슴 가득 머금은

바람과

눈에 일렁이던

솜사탕 같은

구름맛을 느끼며


세상의 그네 위에서

줄을 움켜쥐고

힘껏 날아보자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사람만이 아닌 듯 갑자기 세상의 봄꽃들이 일제히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을 맞이해서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를 보러 갈까 하다가 아직 피지 않았다는 말에 부천 원미산으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굵은 진달래 군락이 연분홍자태를 한껏 뽐내며 아름답게 피어있었습니다.

산 언덕배기 중간에 돗자리를 깔고 봄 소풍을 맞아 집에서 싼 도시락을 펼쳤습니다.

어떤 이는 결국 내려올 건데 산을 왜 올라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흙의 감촉이나 곳곳의 식물들, 그리고 올라가면서 느껴지는 감회들과 복잡했던 세상을 내려보는 감회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힘을 주곤 합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달성해야 하고 뭔가를 얻어야 하는 세상이 아니라 제자리에 잘 서있기 위해 때로 우리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올라가도 보고 흔들려도 보고 밤의 싸늘한 기온에 서로의 온기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나 스스로 잘 서있게 되기 위해서 나를 흔드는 작은 그네를 꼭 부여잡고 하늘 가운데로 날아도 보고 바람도 맞으며 오늘도 즐겁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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