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열매를 거두라메마른 봄에
깊숙이 더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뜨겁던 여름
버석거리는 마른 잎을 적실
비의 간절한 기도
그리고, 빈 가지
흔들리는 마음들을 쳐내는
폭풍 같은 좌절을 견디어
가을을 맞는 이여
마침내
주렁주렁 매달린
네 열매를 거두라
반년만에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고향집 마당은 엄마 생전에 가깝게 지내던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상추며 감자등을 심고 계십니다.
아주머니가 수시로 올라오는 잡초를 제거하기도 하고 마당도 청소해 주셔서 몇 개월마다 한 번씩 가도 제법 정갈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토방 한 귀퉁이, 욕실 모서리, 안방 뒷문 쪽은 바스락거리며 무너져 내리는 모습입니다.
사람의 숨결이 이토록 강한 것임을 허물어지는 집을 보며 다시금 느낍니다.
사람의 온기가, 사람의 기운이 이토록 물질세계에도 또렷이 영향을 미친다는 건
가슴깊이 품고 있는 소망이 때가 되면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도 닿아있습니다.
흔들리는 자아가 작은 바람에 흔들리고 천둥소리에 놀라 두려움에 숨어버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가을은 풍성한 열매로 넘칠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