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활짝 개었던 날들 속에
목마름이 있었던가
그늘진 봄볕 끝으로
비가 내린다
꽃은 하릴없이 져버리고
이 봄이 가면
다시
기다리고 기다리는
그리움의 날들이
타는 여름을
서늘한 가을을
얼어붙은 기억을 가진
겨울의 시간을
지나쳐간다
그렇게
미친 듯이 불어대던
서풍을 따라
비가 오고 그치고
다시 대지를 적시며
얼음을 녹이면
봄은 드디어
다시 태어난다
강화도 혈구산을 통해 고려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상당한 난코스입니다.
가파른 바위 산등성이를 꾸역꾸역 기듯이 올라가는데 낙엽들이 쌓인 틈바구니로 환하게 피어난 노란 꽃이 시선을 잡습니다. 강렬한 봄볕에 노란 꽃잎이 그대로 녹아져 있는 듯해서 눈이 부시더라고요.
그렇게 눈부신 날들이 가고 오늘은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강한 바람과 함께 이제 막 피어난 꽃잎들을 모두 떨어뜨릴 작정인가 봅니다.
하지만 바람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시절인연 따라 만나는 사람의 인연처럼 바람도 제 때에 그저 불어올 뿐 꽃잎을 시샘해서 날뛰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우리의 인연들 또한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계절의 일부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