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초로록 초로록
이제 막 피어난 보드라운 풀 위로
발길을 내디뎌보면
풀냄새
촉촉한 흙냄새
코 끝으로 스며든다
화창했던 봄꽃들이
우수수
비처럼 흩날리면
바람 따라 함께 거닐어도 좋다
잠시 쉬어가는 벤치에서
나른한 농담으로
실없는 웃음 짓는다고 해도
손해 볼 일 없는
아무 일도 없는
봄날, 그 하루.
자주 가는 놀이터에는 커다란 꽃사과 나무가 세 그루 있다.
이맘때쯤 하얗게 터지는 꽃그늘에 앉아있으면 사과나무 가로수길을 감탄하며 바라보던 빨간 머리 앤이 되는 기분이 든다. 커다란 나무 한가득 하얗게 피어나는데 벚꽃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벚꽃이 연한 핑크가 감도는 하양이라면 꽃사과는 싱그러운 연둣빛이 스며있는 하양이다.
거기에 이제 막 피어오른 새잎들과도 함께 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사과나무아래 벤치가 하나 있다.
거기서 늦은 오후 햇살을 즐기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 천국이 따로 없다.
이런 날들을 앤 셜리는 이렇게 말했지요.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오늘 하루도 모두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