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혜연

오늘 나는

행복한 꿈을 꾸었지


그곳은 꽃이 만발했고

평안한 하늘과

즐거운 강줄기들

활기찬 꽃내음이

가득했었지


나는

그것들을 보았고

스치는 잎새들을 느꼈지


그렇게 걷고 걷다가

기지개를 쫘악 펴고

꿈을 깼지


창을 열고

꿈 속의 냄새를 맡고

노랫소리를 들었지


나는 지금

꿈을 꾸었지


4년 전에 화원에 가서 5000원짜리 작은 포트에 담긴 미스김 라일락을 샀습니다.

라일락의 향기가 온 집안을 휘감고 행복한 느낌을 주길 바래서였죠.

그래서 욕심을 부려 2년 전 아주 커다란 화분으로 집을 옮겨주었습니다.

과하다 싶을 만큼 크긴 했지만 그 커다란 화분에 걸맞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답니다.

그런데 제작년엔 꽃을 거의 피우지 않았습니다.

꽃을 피우기 전 잎이 많았는데 알 수없는 까만 알갱이가 나무 주위로 우수수 떨어진 걸 대수롭지않게 여겼더니 거기에 커다란 애벌레들이 잔뜩 자라서 라일락잎들을 먹어치우고 있었습니다. 너무 커다라서 잡기가 무서울 정도로 커버린 애벌레들을 다른 풀로 옮겨주고 그 해는 꽃을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시시 때때로 영양제를 깔아주었습니다.

작년에는 제작년에 볼 수없었던 꽃까지 보려는 욕심으로 가지치기를 하나도 안했더니 오히려 꽃이 너무 적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가지치기도 하고 애벌레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했는지 세심하게 살폈더니 드디어 가지 가지마다 아름다운 꽃을 가득 담아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년전 바램처럼 커다란 화분에 걸맞은 아주 커다란 라일락 나무로 성장했죠.

흔히들 부를 채우는 것도 사람을 채우는 것도 그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식물들을 키우며 많은 것들을 배우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자라고 싶은 만큼 그릇을 옮겨주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식물이든 사람이든 그 그릇의 크기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릇은 상상일 수도 있고 꿈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그 꿈을 크게 그리고 그 안에 영양가 있는 것들을 때때로 채워줘야합니다. 지금 커다랗고 아름다운 라일락 나무는 2년전 분갈이 때의 소망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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