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폭풍이 친다 해도

by 이혜연


비상

더 높이

아주 높이

올라가고 싶었지



세상을 밑에 깔고

내려다보려고

사다리 걸고

한발 한발 내디뎌

하늘을 향해 안간힘을 썼었지


꽉 쥔 손에 땀이 흥건하고

땅에서 멀어진 만큼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작은 바람 불어와

돌아보니

여린 나비 한 마리

나풀나풀


사다리 움켜쥔 손에

땀이 식는다



어제까지 무더웠던 날들이 하룻밤 자고 났더니 가을바람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침에 멸치 육수 내서 얼갈이 썰어 넣고 된장 풀고 청양고추 하나 넣어서 된장국을 끓였다. 거기에 두부 반모도 살짝~띄워주고^^


어렸을 때 아침잠이 없는 나는 엄마 심부름을 도맡아 했었다. 아픈 언니가 새벽마다 울고 엄마의 새벽기도도 항상 숨죽여우는 소리로 끝을 맺는 데다 그때마다 화난 아빠의 욕설과 폭력이 이어졌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될 수밖에 없는 가풍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일어도 언제나 아침밥을 챙겨 먹었는데 학교에 안 가는 건 괜찮아도 아침밥은 굶으면 안 된다는 엄마의 강한 신념 덕분이었다.

우리 집 밥상은 둘째 언니의 표현대로 하면

뱀이 나올 정도로 푸른 풀 반찬뿐이었다. 어쩌다 콩나물, 어쩌다 두부, 어~~~~~~~~쩌다 고기^^


국민학교 시절, 이맘때 가을날.

엄마가 가게에 가서 두부를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웬 횡재냐 싶어 냉큼 두부를 사 오는데

내가 들어서자마자 이웃집 아줌마가 득달같이 우리 집으로 들어서서 큰 소리로 한탄을 하셨다


"아이고메~~~ 돈 빌려준 우리는 손꾸락 쪽쪽 빠는디 돈 꿔가 놓고 두부를 사먹네잉~~~."


나는 항상 자유를 꿈꾸며 살았는데 이때 확실히 돈에 대해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두부 한모 못 사 먹고 머리를 조아리는 엄마를 보며 다시는 저런 모습 보이지 않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런데도 한 동안 불행은 끊임없이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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