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사랑

by 이혜연
겸손한 사랑


길 한편

그늘진 낮은 자리

오두카니 불 밝히고


닫힌 문

바람에 열릴까

기다립니다


혹여 지나치다

눈빛 마주칠까

비스듬히 고개 틀고서

당신 걸음 놓칠까

조바심 내는


아직은

여린 사랑입니다



제비꽃은 여러 가지 꽃말이 있지만 대체로 겸손에 관한 것이 많다고 합니다.

아마도 낮은 자리에 피고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꿋꿋이 피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어렸을 적 뒤뜰에 돌로 단을 쌓고 장독대를 올리면 그 주위로 보라색 제비꽃이 가득 피어나던 것이 생각납니다. 야리야리한데 돌틈에서도, 응달에서도 어찌나 아름답게 피어나던지..

커서는 가끔 진달래대신 제비꽃으로 화전을 부쳐먹기도 했습니다.

작아도 아주 앙증맞고 예뻐서 음식을 해도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어렸을 적 보았던 꽃들이 커서도 위로가 되고 즐거움이 되는 것을 알기에 우리 똥그리들과 학교 가는 길, 혹은 산책길에 항상 꽃을 관찰하며 갑니다. 깊이보고, 향기도 맡아보고, 색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감탄합니다. 이렇게 느낌표가 많은 일상을 살기를 바라는 어미의 마음을 아직은 모르겠지요. 하지만 나이를 먹고 엄마의 나이가 됐을 때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의 놀라운 아름다움을 새삼 새삼 느끼며 살기를 바랍니다. 오십이 돼도, 육십이 돼도 세상은 여전히 탐구의 대상이며 경탄의 대상이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일상의 꽃들에 감탄하는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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