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고 따뜻한

by 이혜연
고독하고 따뜻한

걸을 때마다

다글거리는 외로움이

걸거칠 때마다


마른땅 위에

하나 둘

주머니 외로운 돌들 쌓아

고독하고 따뜻한

집을 지었네


밤이 없고

해도 없는 낮, 어느 때

오로지

공허한 어느 시간


그곳에

고독하고 따뜻한

나만의 집



나는 고독한 것이 좋다.

그건 외로움이 아니다.

그냥 편안한 홀로 있음.


나는 혼자서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거기서도 역시 낯선 타인들과 잠깐씩 함께 했었지만 동행하지는 않았기에 홀로였다.

지금도 어느 해, 지리산의 숲길을 떠올릴 때가 있다.

깊은 산길을 하루종일 홀로 걸었다.

그때 아름다운 평화와 무서운 적막, 그리고 두려움에 온몸에 쭈뼛서는 공포를 맛본 적이 있었다. 너무나 무서워 걸음아 날 살려라 뛰었었는데 갑자기 뭔가 죽음의 두려움과 살아있다는 감사가 동시에 밀려왔었다.

죽음이 가까이, 너무나 쉽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있음과 함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숲의 산새소리, 간간이 흘러가는 계곡물소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정답다가 일순간 마음속에 두려움에 찬 고요가 밀려오면 그곳은 벗어나야 할 감옥이 되기도 한다.

생각이라는 것이, 느낌이라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가끔 혼자 놀이터에 아이들을 바라보고 앉아있을 때도 나는 그날.

삼십 대의 어느 날, 지리산 자락에서 홀로 걸으며 느꼈던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두려움을 기억해내곤 한다.

왠지 산다는 것은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때도 지금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걸음을 옮기면 따뜻한 외로움이 다글다글 돌멩이로 뭉쳐져 주머니를 묵직하게 채운다.

그 돌들을 하나씩 쌓아 내 영혼이 쉴 수 있는 찰나의 집을 만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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