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by 이혜연
별이 빛나는

어릴 적

한여름 밤은

별들의 잔치였지


마당 가운데

평상 펴고

튼실한 수박 뽀개

담장 너머 건네고

포슬 감자 호호 불어 먹고

이 얘기, 저 얘기

우리 얘기 밤늦도록 했었지


쑥향 짙은 모깃불

사그라들 즈음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우수수 쏟아지던

별빛들


지나간 날

어린아이의 품 안에 담지도 못할 만큼

쏟아져내리던 별빛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며칠 무더위로 숨을 헐떡거려서인지 새벽녘에 굵은 빗줄기 소리가 반갑고 좋았습니다. 이맘때면 논두렁에 뿌려놓은 강낭콩들이 토실해져 있을 때였죠. 앞이 안 보이는 장맛비를 보며 마루에서 산처럼 쌓인 콩을 까며 엄마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어릴 적 농촌에서는 비가 심하게 오는 날들은 농번기나 다름없어서 간만에 낮에도 엄마가 집에 있어 좋았습니다. 콩 까기도 하고 이맘때쯤 고구마순 김치도 담겄었죠. 확독에 고추를 갈아서 만드는 고구마순 김치는 전라도 고유음식입니다.

나중에 외지로 나오면서 친구들에게 '전라도는 먹을 수 있는 모든 풀들을 요리할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나물을 많이 해 먹었던 것 같아요. 이맘때쯤 웃자란 쑥들을 베어와서 마당에서 태우면 천연 모기향이 되고 텃밭에 재를 뿌려 키운 정구지(부추)는 이런 장마에 부침개 재료로 최고였습니다. 애호박과 청양고추를 함께 버무려 비 오는 날 마루에 앉아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한여름에도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왔고 마당에 평상 펴고 모깃불 피우면 이웃집 아줌마들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습니다. 그럼 이것저것 곁에서 얻어먹기도 하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주워들으며 놀았습니다. 그러다 모두 자리를 떠나는 깊은 밤에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코앞까지 쏟아져 내리는 별빛에 숨이 멎곤 했습니다. 그런 별빛들의 축제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디지털이 아닌 어릴 적 엄마가 보았던 진짜 별빛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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