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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01. 2022

때로는 그렇게

낯설어도 좋다

호박이 익어가는 시간

봄이 완연한 날

작은 씨앗 하나

손바닥만 한 땅 위로 떨어뜨리고

싹은 언제 나나

꽃은 언제 피나

열매는 언제 맺나

기다리다가


아침 준비에 바빠서

저녁의 피곤함으로

때론 사람에 치이고

어떨 땐 사는 게 바빠서

널 잊어버렸지


찬바람이 새벽을 오가고

풀벌레 소리가 지척으로 들려

가을이 왔나 싶을 때


!!

너도 익었구나


어느새 씨앗 가득 품고

단내 가득한 호박으로

너는 너의 삶을

완성했구나



오늘 아침 우연히 이런 말을 들었다.

"30미터를 자라는 참나무는 자기가 얼마만큼 자라게 될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그림 그리기를 하면서, 글을 쓰면서,

수업을 하면서 매일 고민하게 된다.

내가 그림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글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쯤 지혜롭고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갖게 될까?


그런 의구심이 들 때마다 두려워진다.

세상 쓸데없다는 내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커피 한잔처럼 자연스럽게 그 함정에 빠져들기도 한다.

나무도, 호박도 자신을 하루하루 규정하진 않을 것 같다

그저 묵묵히 오늘을 채워감으로 살아있는 내내 성장해나가는 것처럼 나도 두려울 땐 그냥 오늘을 성실히 채워나가 보자고 다짐해본다

어차피 내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나의 가을엔 더 풍성한 열매가 맺힐 것을 믿으며

오늘도 채워보자라고 혼자 외쳐본다.^^


그래도 너무 힘들 땐  

가끔은 쉬어가는 것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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