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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Aug 31. 2022

가을, 저녁 식탁

당신을 기다립니다

가을. 저녁식탁

아침이 밤을 기다리고

분주함 속에 휴식을 기다리 듯

오늘도

당신을 기다립니다


멀리 가면

돌아올 것을 기다리고

가까이 있어도

포근히 안아

온몸으로

당신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따뜻한 햇살을

집 안 가득 채우고

가벼운 바람 한 묶음

유리병에 꽂아두고


감자 넣고

두부 넣어

된장국 끓인 식탁에서

도란도란

그렇게

기다립니다



어제저녁엔 아이들과 방에서 숨바꼭질을 했어요. 빤한 크기의 방에서 성인 두 명, 모찌같이 생긴 작은 똥그리들 두 명. 숨는 곳이라고 해봐야 옷장, 아니면 이불속.^^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하고 있으면

눈을 뜨나 안 뜨나 숨어드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옷장에서 꺼내놓은 옷들로 방안은 난장판이 되고 옷장 안에선 두 놈이 서로 쫑알쫑알.

그래도 절대 한 번에 찾으면 안 된다는 것^^

옆에 있는 옷장도 열어봐 줘야 하고 이불도 걷어보는 리엑션을 해줘야 합니다.

세상 찾기 쉬운 두 아들들이 즐거워하는 소리에 어느 순간 행복이 밀려듭니다

봐도 못 본 척

알고 있어도 모른 척

들려도 못 들은 척

그렇게 찾아다닙니다


자신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엄마 아빠가 마냥 재밌는 우리 두 아들 덕에 요즘은 매일 저녁 숨바꼭질을 합니다

그리고 매번 찾아서 가슴에 꼭 안고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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