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이 무척 빠르게 바뀌는 것 같아요. 새벽엔 제법 춥지 않으신가요? 어제 싸늘해진 새벽녘에 신랑이 이불을 감싸서 자기 품으로 꼭 안아주더라고요.
결혼을 하고 좋은 건 싸울 때는 서로에게 얼마나 상처 줄 수 있는지 베틀을 하다가도 아이가 아프거나 내 편이 필요할 때 곁에서 손잡아주고 안아주는 손길이 있다는 것인 것 같아요.
처음 신랑을 만날 때는 전형적인 이과였어요. 당최 유머라는 것도 없고 거짓말도 못하는 데다 입에 발린 말은 상상도 할 수없었죠. 반면에 전 농담도 좋아하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서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도 좋아합니다.
결혼 10년 차가 되니 요즘은 노래 부르면서 제가 손을 내밀면 뻣뻣한 몸짓으로 브루스를 추거나 정체모를 춤을 함께 추기도 하는 신랑.
신혼 초부터 해주던 팔베개를 아직도 잊지 않고 해 주고 뒤척이면 머리를 끌어당겨 가슴으로 가져가 줘서 불면증이 있는 내게 잠을 선물해주기도 합니다. 스근하게, 뽀땃하게 챙기는 사랑이 참 좋습니다. 물론 지난여름에도 '사네 안 사네'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풍성한 가을처럼 넓은 품이 여전히 좋은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