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한가운데서

by 이혜연
그 여름, 한가운데서

신랑과 아이들이 모두 나가는 월요일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설레는 날입니다. 아이들이 주말을 기다리듯 전업주부인 저는 월요일을 기다립니다.

출근과 등교를 모두 시킨 후 갖는 고요한 시간은 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달콤합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월요일에 어린이집 에어컨이 고장 나서 등원을 자제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런... 실망감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더운 날씨가 더 후덥지근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림 그리는 곳을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취소할까 하다가 사람이 별로 안 오는 것 같아 사정을 이야기하니 오늘만 아이를 동반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7살 아이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말을 걸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계속 언제 끝나냐고 묻는 통에 그림을 그리는지 뭘 하는지 정신만 없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밑그림을 그리고 나머지는 집에서 하기로 하고 아이와 함께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살다 보면 계획대로 되는 때도 있고 불현듯 일이 생겨 일이 꼬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별차이가 없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 편히 그림을 그리진 못했지만 등원을 하지 않음으로 오래간만에 둘째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이런 일들은 별 차이가 없이 즐겁게 받아들이면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여름의 한가운데서 우리의 시간이 더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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