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네가 3시에 온다면

by 이혜연
만약 네가 3시에 온다면


그것은

거대한 초록의 문


한 여름

뜨겁게 오르는

생의 환희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는

고민 없이

더 높이

저 멀리까지 내딛는

오늘을 사는

구도자들의 몸짓


굳은 벽을 오르는

초록의 손을 내밀어

너를 만나다




어린이집 에어컨이 아직 수리가 안돼서 오늘은 놀이터에서 물놀이를 하겠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등교 전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석촌호수 가려는데 뒷좌석에서 뒤를 보며 앉는 둘째.

뭘 해도 엉뚱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그렇게 자전거 뒤를 바라보며 거리를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어린이집 도착을 하니 벌써 놀이터에 물놀이 세트장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쿵쾅쿵쾅. 뒷모습만 봐도 심장이 좋아서 펄떡펄떡 뛰는 게 보이고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게 눈에 선합니다. 어젯밤부터 오늘 물놀이에 대한 기대감이 많았기에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들은 약속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껴야 하며 그걸 눈에 그리듯 선명하게 이미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오후 3시에 온다고 한다면 그날 아침은 평소의 그런 흔한 아침이 아닐 것입니다. 콧노래는 절로 나오고 거울은 다른 날보다 더 많이 보게 되겠죠. 내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찾고 입가에는 떠나지 않는 미소가 덩그러니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죠. 매일 기적적으로 주어지는 우리의 하루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가 오는 날, 아이와 함께 신호대기를 하다가 푸른 담쟁이덩굴 앞에선 아이의 모습에서도 어떤 기대가 보입니다. 덩굴이 신기한지 살짝 손을 가져가는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습니다. 담쟁이덩굴처럼 벽에 기대어 사는 삶이라도 그것을 꿋꿋이 붙잡고 오른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오늘을 꼭 붙들고 힘차게 올라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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