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노래

by 이혜연
한낮의 노래

살다가 마음이 다친 날엔

어렸을 적

너를 포대기에 감싸고

동네를 거닐던

엄마의 등을 기억하렴


조그맣게 불러주던 노래와

두런두런 들려주던 세상 이야기들

누구네집 담장에 앉아있던 고양이의

나른한 낮잠을 함께 바라보고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들의

강한 생명력을 노래하던

너와 나의

여름 한 낮을 기억 하렴


뜨겁고 따스했던 엄마의 등에서

스르르 한숨 자고 나면

울었던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었지


아이야,

살다가 어느 날에라도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날엔

포대기의 온기를 기억하렴



월요일과 금요일은 잠실에 있는 문화지원센터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데 오늘은 두 분이나 와계셔서 세 명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분은 색연필, 한분은 저처럼 아크릴로 그리셨죠. 두 시간 동안 우리 셋은 그림에만 몰두했습니다.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고 각자 갈 길로 갔지만 왠지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행위를 하고 있던 사람이 있어서 따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누군가를 위한다고 하면서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침묵이 좋습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새벽에 잠깐씩 깰 때 신랑옆에 누우면 팔을 뻗어 저를 폭 안아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는데 이게 불면증의 묘약입니다. 결혼 전에는 가끔 불면증에 힘들었는데 신랑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서 못 자서 안달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자주 포대기로 업고 공원이며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둘이 하나가 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아이들이 포대기로 재워달라곤 하죠. 포대기는 모양과 크기에 상관없이 폭 안아 하나가 되게 하는 마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포대기를 보며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접으면 크기가 작아지는 모습이 겸손함을 배우게 하고, 폭 안아 체온을 나누면서 사랑을 알게 합니다. 모양도 안 따지고 무게나 형태도상관없습니다. 그저 안아주고 감싸주는 아량을 베푸는 포대기. 그런 포대기 같은 사람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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