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끝

by 이혜연
비의 끝


무너져 내리는 여름비를

밤새 지켜설 순 없겠지


길가에 주인 없이 쓰러져있던 것들은

쏟아지는 비에 못 이겨

쓸려가기 바쁘고


잊지 못 한 사랑은

빗소리에 마음만 어지러울 뿐

꿈에서도 조우하지 못하다


새벽녘

비가 물러갈 때쯤

마른 눈물 자국으로

까무룩 서툰 잠을 자버리겠지


그런 너에게

내 작은 우산 한켠을 내어

쏟아지는 비를

함께 하고 싶다





밤 사이 큰 비가 세상을 휩쓸고 갔는지 새삼 말끔해진 건물들과 거리가 새롭습니다.

사람이 했다면 못 했을 일들을 자연은 때가 되면 척척해냅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도 선선해서 이 비 끝에 아직은 여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을을 기대하게 합니다.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으면 사자는 나쁘고 사슴은 불쌍하게 느껴지더라도 멀리 보면 사슴의 개체를 조절해 사슴의 무리가 멸종되지 않고 적절히 살아갈 수 있도록 딱 그만큼만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태풍이 와서 모든 게 엉망으로 무너져 내린 것 같아도 새순이 돋듯 더 새로운 것들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 믿습니다.


신랑이 집에서 할 일이 있다고 해서 오래간만에 집에 있기로 했습니다. 몇 달 만에 주말에 집에 있다 보니 아이들도 8시까지 늦잠을 자더군요. 점심은 아이들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떡을 넉넉하게 사서 세입자분들과 나눠먹었습니다. 떡집도 한 곳만 가니 친해져서 떡을 항상 서비스로 더 주십니다. 덕분에 아주 넉넉하게 떡볶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떡 사러 갔다가 요즘 읽고 있는 '꼴'에 대해 사장님 얼굴에 붙은 복을 읽어드리면서 수다를 떨고 왔습니다. 떡 사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육수내고 야채넣고 떡과 어묵, 당면을 넣으니 넘칠 듯 가득찼습니다. 상가분들도 드리고 옆건물 사장님도 애들을 예뻐해 주셔서 가져다 드렸더니 맛있다며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한 솥 가득했던 떡볶이가 순식 간에 없어졌습니다. 오래간만에 집에서 지낸 덕분입니다. 모두 비 피해 없으시고 건강하게, 말끔해진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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