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월요일 오전은 저 혼자 뿐이었죠. 그림을 그리면서 나이프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혼자서 신나게 캔버스에서 칼춤을 추었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제게 관심이 없어서 막춤 추듯 그리는데 이게 은근히 카타르시스가 있더라고요. 붓으로 표현했을 때보다 날카로운 뭔가가 시원하기도 하고 날이 선 모습이 반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한 날은 다른 때보다 더 하루를 알차게 쓴 느낌이 들게 합니다.
맨드라미는 어릴 적 시골집 담벼락에 피어있곤 했는데 수수한 봉숭아와도 다르고 귀여운 채송화와도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마치 지체 높은 아가씨가 허름한 곳에 거처를 마련한 것처럼 우아한 자태가 결코 누추함에 섞여들지 않는 것처럼 고귀해 보였습니다. 지는지 안 지는지 서리가 내릴 때까지 그 모습 그대로 여름 한 날을 그 모습 그대로 지켜내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게도 어느 부분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도 한결같이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