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먹은 아이

by 이혜연
지리산을 먹은 아이

아이들과 지리산 백무동 계곡에 나들이 왔습니다.

일기예보에는 서울과 지리산의 온도차가 2도로 지리산이 조금 더 낮다고 했지만 실제 체감은 그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달궈진 지구 한 귀퉁이에서 깊고 진중한 지리산은 서늘한 바람칼로 날뛰는 열기를 베어 차가운 계곡물에 씻어 먹어버린 듯합니다. 계곡 쪽에서 안개처럼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백무동 계곡물속으로 발을 담그고 심장까지 적시면 그대로 얼음이 되어 버립니다. 그땐 달궈진 바위 위에 몸을 널어놔야 이가 탁탁탁 소리를 멈추곤 합니다. 서울에 가끔 숨 쉴만한 청량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는 것도 여기, 지리산 자락이 보내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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