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영향으로 내리는 비인지라 바람과 함께 구석구석 세상을 청소를 해주는 느낌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누적되어 있던 구석탱이 먼지들까지 바람에 날리고 빗물에 씻겨 이 시기가 지나면 세상은 빨래를 한 듯 말끔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때로 자신의 삶에 쌓인 먼지로 인해 시야가 흐릿해져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거친 바람과 마음을 휘젓고 가는 울음이 찾아와 다시 정면으로 삶을 바라보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자연이 하는 일은 절대자의 그것과 언뜻 유사해서 거기에는 징벌의 느낌이 아닌 때가 되어 오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멜론 농사를 하셨을 때 여름 한가운데 비닐하우스에서 한 나무에 하나의 멜론만 남겨두고 모두 따버렸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저는 애써 농사지은 다른 멜론들이 아까워서 왜 따버리는지 물으면 좋은 열매를 얻으려면 솎아주기가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연에서만, 농사에서만 솎아주기가 필요한 것은 아닌듯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화하는 마음들을 가지치기하고 필요하지 않은 어설픈 감정들은 한 번씩 솎아줘야 마음이 비좁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위에 허덕이며 짜증 수치를 아슬아슬하게 높여놨던 어제는 오늘의 시원한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