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느 때보다 옆지기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전공이 있고 그 일을 하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비전공이면서 일상을 흩트려놓으며 몰입하는 그림 그리기로 우리는 싸웠다 화해하고 협상하다 다시 토라지기 일쑤였다. 사실 매일 그리는 게 재밌기도 하지만 항상 부족한 잠에 집중력이 저하돼서 놓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도 이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단지 어떤 성공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변명처럼, 하고 싶은 이유를 세 가지로 말한다면...
첫 번째는 그냥 그리고 싶어서다
뭔가 나름의 의미를 두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스스로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설거지를 하다가 산책을 하다가 문득 아이들 어린이집 데려다 집으로 오는 길에서도 오늘은 뭘 그릴까 생각하다 그릴 주제가 떠오르면 유레카를 외치며 서둘러 그림을 그리게 된다.
둘째는 어릴 적부터 꾸었던 꿈을 이루고 싶어서다.
공상 많았던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어른이 되면 그림책을 내겠다고 말하곤 했었다. 중학교 때 읽었던 글 없는 그림책이 너무 좋고 멋져 보여서 그런 책을 내보고 싶은꿈이 항상 남아있었다.
셋째는 미래를 위해서다.
좋아하는 일을 몰입해서 하다 보면 분명 내가 원하는 채널의 화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고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급한 마음들이 주위 사람들이 전하는 말들을 제대로 들을 수 없게 방해했던 것 같다.
어젠 첫째의 중요한 순간을 지켜봐 주지 못한 것 같아 자다가 혼자 엉엉 울어버렸다. 그래도 같이 사는 옆지기의 의리 같은 사랑이 아픈 마음을 꼭 안아주어서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