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by 이혜연
설거지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설거지며 청소가 가장 먼저 하기 싫어진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의욕이 없어지면서 비스듬히 모로 누운 자세에서

더 이상의 변화가 어려워진다.

그럴 땐 세상을 보는 시선도 몸처럼 삐딱해서 제대로 된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며

우울한 마음이 찾아온다.

그러면서 한없이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 들고

몸의 근육도 흐물흐물 녹는 느낌이 든다.

한동안 그 속에서 멍하니 빠져있다가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싶을 때 하는 일이

설거지다.

한때는 일용할 양식을 담은 귀한 그릇인데

한 번만 제대로 씻어주지 않으면 세상 더럽게 보이는 게 그릇이다.

사람의 마음도 이러해서 가장 귀한 걸 담은 그릇도

게으름이 끼게 되면 파리가 날아들고 쉰내가 나게 된다.

세상은, 그리고 인간은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금방 탈이 난다.

아주 작은 것, 사소한 것, 매일 해야 하는 것들에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집도 마음도 정갈한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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