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그림을 그리다 보면 뭔가 허전할 때가 있는데 그때 나는 주로 궁금한 강의를 틀어놓거나 좋아하는 재즈를 듣곤 한다. 그런데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인디음악을 찾아 공간을 채워둔다. 자기만의 색으로 노래하는 그들은 고집스레 문밖에 서서 창틀을 기고 보도블록 가장자리를 걷고 물웅덩이에서 점프를 하는 개구쟁이들을 닮았다. 누구와도 같아지지 않으려고 더욱 자기만의 음색으로 노래하는 게 사랑스럽다. 수없이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촤아악 하며 차바퀴에 짓눌리는 거리의 빗소리, 똑똑똑 처마 끝에서 영글어 떨어지는 소리, 중간중간 둔탁해진 세상의 온갖 소리, 소리들. 모든 것들이 가을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먹을 수 있는 열매들을 거둬들이리라. 내 수고가 있다고 해도 하늘이 보살피지 않으면 땅이 어루만져주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가 주지 않으면 우린 끝내 굶주림에 죽고 말 것이다. 그러니 내 보잘것없는 수고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주 미미하게 기여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얻어내고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1할이라도 기쁘게,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