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의 기도

by 이혜연
잠이 오지 않는 밤의 기도


둘째의 왼쪽 눈이 충혈되기 시작한 것은 7월 중순께부터였다. 평소 손으로 이것저것 아무거나 만지고 아무 데나 눕는 걸 좋아하는 둘째의 습관으로 생긴 일시적 증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2,3일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았다. 근처 안과에 갔더니 원인을 알 수 없는 결막염이라며 눈에 넣는 약을 2개 처방해 주셨다. 만 5살, 겁 많은 아이는 안약을 처음 접하는지라 너무 무서워했다. 몇 번 넣으며 좋아지길 기다렸다. 그러다 여름 내 물놀이를 하면서 좀 심해지는 것 같아 고민이 되었다. 신랑은 다른 안과를 가보라고 했다. 그런데 뭔가 찜찜했다.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불안했다. 그러다 예전 동네에 둘째가 처음 아토피 치료를 받으러 갔던 곳이 생각났다. 한가한 병원이었지만 항생제 처방도 신중하게 해 주고 차근차근 말씀도 편하게 해 주셨던 게 떠올라 내원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뜻밖에 "아토피 눈병"이라고 했다. 둘째는 네 살 때까지 심한 아토피가 있었다. 햇볕만 봐도, 집에서 요리만 해도 얼굴부터 몸까지 빨개지고 나중엔 진물까지 났다. 잠도 잘 안자고 새벽에도 깨서 한시간씩 울었다. 그럴때면 포대기로 업고 골목을 돌아다니거나 안고 계속 흔들며 재웠다. 그렇게 재워도 2시간정도 자다 또 울었다. 아이가 밤에 잠을 안자니 나도 온 몸에 간지러움을 동반한 발적이 일어나곤 했다. 죽고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었다. 어느 날 새벽엔 우는 아이를 안고 계단참으로 나왔는데 아무리 해도 울음을 그치지않았다. 순간 함께 뛰어내려 버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우울의 끝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어느 새벽엔 울면서 엄마에게 한시간만이라도 집에 와줄수 없냐고 매달렸다. 잠이 너무 자고 싶었다. 그때 엄마도 자주 아팠다는 걸 몰랐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내게 더 힘든 시기를 맞이한 엄마는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순간 순간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그런 생각을 한 내가 두렵고 무서웠다. 마음을 다잡는다는게 너무 어렵고 힘들 때였다.


하지만 그때도 스테로이드제와 항생제를 최대한 안 쓰고 기도와 마사지, 영양제, 물김치, 야외활동 등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었다. 아이를 낫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좀비처럼 넋이 나가있을 때도 기도하고 기도했었다. 아니 어쩌면 약해지는 나를 스스로 다잡기 위한 주문이었던 것도 같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이가 건강해짐에 감사합니다"를 설거지할 때, 걸을 때, 화장실에 있을 때도 중얼거렸다. 내가 쓰러지는 걸 막기위해서.


유산균을 처음엔 사 먹이다가 나중엔 매주 사과와 배, 감을 갈아서 만든 물김치를 해 먹였다. 놀이터 갈 때도 항상 고구마나 감자, 과일들을 싸서 다니고 과자나 인스터트는 안 먹였다. 그렇게 몇 년을 했더니 아토피 증상이 확연히 줄고 감기도 잘 안 걸렸다. 어쩌다 감기가 걸리거나 몸이 피곤할 때마다 나타나던 아토피 증상도 깨끗이 사라졌다. 이때부터 드디어 통잠이란 걸 자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도 그렇게 심했던 아이가 스테로이드제와 항생제를 거의 안 쓰고 나은 거에 대해서 놀라워했다.


사람이 간사한 게 그러다 보니 잊었다.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편한 대로 먹였다. 어렸을 때 못 먹던 젤리나 과자를 맘껏 먹게 된 둘째는 날마다 놀이터에서 과자를 먹었다. 그래서였을까.. 벌써 두 달째 눈이 충혈되어 낫질 않고 있다. 오늘은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동생이 있는 한의원에 가기로 했다. 소아과에도 다시 가볼 생각이다. 평소 통증에 무심한 내 성격에 아이가 아픈 시간이 길어진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과 죄스러움, 그리고 시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눈이 떠진 시간이 새벽 1시 30분. 기도를 하고 긍정확언을 쓰고 아이를 안고 누워있어도 잠이 안 왔다. 억지로 잠을 부르면 더 훌쩍 달아나버리기 때문에 결국 3시에 일어나 앉았다. 그림을 그리며 소원을 빌어본다. 긍정확언을 쓰듯 그림에 마음을 담아본다.


다 좋아진다.

둘째의 눈이 깨끗이 낫는다.

둘째는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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