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심상

by 이혜연


멀리 있는 것

흐릿한 것은

형체를 알 수 없어

두렵다


가까이 있는 것

선명한 것

손을 내밀면 만져지는 것


스스로 믿는 것을

더 또렷이 보는 것


그것이

길을 잃은 이들의

이정표가 된다



멀리 있는 것보다

함께 있는 것의 소중함


어제는 미혼인 동생이 집으로 온다고 해서 소아과 갔다가 한의원 들러서 집으로 왔다. 일주일 동안 외삼촌 생일 준비를 했던 두 똥그리 들은 벌써부터 신이 났다. 벽면 가득 풍선을 불어 장식하고 "외삼촌 사랑해요"를 한 장씩 써서 꾸미고 카드도 썼다. 동생이 좋아하는 스파게티도 하고 회도 사서 저녁을 준비했다. 동생은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조카들의 카드와 깜짝 생일 파티에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농담을 해댔다. 멀리 있어서 항상 생일엔 카톡으로 선물하기만 했는데 날짜가 맞아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함께 밥을 먹으니 좋았다.


밥을 먹을 때도 함께 이야기할 때도 계속 둘째의 눈상태를 살피곤 한다. 스테로이드제를 최대한 안 써보려고 노력 중이다. 별 일은 없겠지만 눈의 충혈이 오래될수록 마음이 타들어간다. 잘 될 것이라, 좋아질 거라 믿고 믿어본다. 아침 일찍 동생은 예배에 참석한다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린 아이들과 오동숲도서관에 가서 함께 숲에서 캐치볼도 하고 책도 읽으며 놀았다. 잡기 놀이도 하고 맨발로 모래길도 걸으며 오감으로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를 즐겼다. 사람도 자연처럼 항상 변화하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들은 자신들의 크기만큼 성장해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힘든 시기를 지나면 한 뼘씩 더 자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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