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by 이혜연


여름 내 차버리던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려도

서늘하게 식어버린 새벽 녘엔

누군가의 곁이 그립다


둥지처럼

포근한 체온

깊게 안아 위로해 주는

기다란 팔


늙어버린 별들이

붉게 붉게 물들어

땅 위로 떨어지는 밤


길가에 스러진 낙엽들이

바람에 흩어진다



어제의 비로 여름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린 것처럼 바람은 더 선선하고 하늘은 더 높아졌습니다. 뜨겁게 영글었던 사과와 따뜻하게 익어가는 향긋한 모과향이 바람에 묻어옵니다. 분명 무겁게 차 오르던 녹음의 두께가 한 거 풀씩 얇아진 건지 거대하게 흔들릴 때마다 조약돌 구르는 소리가 공중에서 파도처럼 밀려듭니다. 그냥 가을이라서 행복합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열기에 문밖을 나서기가 두려웠던 날들을 잘 지나와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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