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때는 국민학교 3, 4학년 때였던 것 같다. 100여 가구가 살아서 신작로 입구에 구멍가게가 두 개 있었는데 여름이면 아이스박스에 아이스크림을 실어와 가게로 옮길 때 신작로 바닥에 떨어진 얼음을 동네 아이들이 서로 다투며 주워 먹곤 했다. 오일장이 서면 버스비 아끼려고 모두 이고 지고 걸어가지 버스를 기다려 타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다 집집마다 다투어 텔레비전이 들어오고 냉장고가 들어오면서 중학교 때쯤엔 버스를 타고 읍내를 가는 분들이 많아졌다.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녔는데 간발의 차로 제시간의 버스를 놓치면 꼼짝없이 지루함과 조급함을 동반한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왔다. 버스는 예정된, 약속된 시간에 오는데도 기다리면 애타게 발을 동동 구르면 올 거라 생각하는지 굽이굽이 구불진 버스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지금이라면 그냥 걸어가던지 맘 편히 다시 집에 갔다가 버스시간에 맞춰 나올 텐데 그땐 다시 놓칠까 봐, 버스가 나만 두고 좀 일찍 왔다 갈까 봐 어디도 못 가고 정류장에서 기다렸었다. 살다 보니 운명이나 정해진 길이 있나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왜 나만, 왜 하필 지금, 조금 더 빨랐더라면, 조금만 기다려줬더라면 하는 마음으로 속을 끓일 때가 있다. 그런데 지나고 돌아보면 모두 제 때에 맞춰왔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단지 너무 앞선 걱정과 이른 때부터의 기다림이 나를 지치게 했을 뿐이란 걸 종종 느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