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무얼 할 건지 물으면 그림을 그리고 책을 낼 거라고 말했다. 언제부터였을까 곰곰 생각해 보면 중학교 때 동네오빠에게서 4컷 만화로 된 책을 선물 받았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빠와 아들이 주인공인 그 책은 글이 별로 없는데도 재미있었다.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어도 새로웠다. 그림을 읽는 건 작가와 내가 연결된 길을 수수께끼 풀 듯 찾아가는 것이었다. 아주 작은 표정과 구석 소품에서 힌트를 얻어가며 작가와 대화하는 묘미가 있었다. 나는 사진이나 상황을 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린다. 녹색이었던 나무가 노랗게 물들기도 하고 진회색 난간이 파란 하늘과 연결된 어떤 것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본 것들을 타인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로 편집한다.
그런 작업들이 쌓여 하루치 그림이 되고 이야기가 되었다.
오늘 출판사와 미팅이 있었다. 올 초부터 시화집을 내려고 메일을 수십 통 보내봤지만 시집은 출판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염색하러 간 미용실에서 책 한 권을 봤고 책 뒷면 전화번호를 보고 출판사로 연락을 했다. 그렇게 약속한 날이 오늘이다.
출판사 사장님께서는 흑인여성을 그린 그림들과 글들이 너무 좋다고 하시며 기획출판을 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나머지 내 그림들과 글들은 따로 출판하기로 했다. 11월에 국회에서 전시가 있는데 거기에서 시화집도 선보이고 싶다. 그런 후 개인전은 11월 중, 후반쯤 하려고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