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주 오래 전의 나는 굉장히 무서움 많고 많은 것을 두려워했으며 심한 울보였다고. 그랬던 나는 17살 때부터 혼자 살아오면서 어제의 내가 미래의 나를 붙잡지 않게 많은 것들을 스스로 통제하고, 도전하고, 꾸준히 실행해 왔었다. 이건 삶을 주신 누군가와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어제의 쫄보가 다시 꿈틀꿈틀 나오기 시작했다. 내 손에, 내 입술의 말에, 내가 쉬는 한숨에 아이가 걸어갈 길에 돌부리를 놓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아이와 손잡고 걷는 건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아이의 미래와 함께 걷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떤 행동을 결정할 때 과거의 나를 조우하게 될 때도 있고, 지금의 문제 너머의 내일의 결과까지 예측하며 걸음을 내딛으려 노력하다가 한 걸음도 못 뗄 때도 있다.
오늘은 아산병원에 둘째를 데리고 검진을 하러 갔다. 소아과에서 처방해 준 안약으로도 아이의 눈이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토피성 결막염은 점점 심해져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스테로이드제를 쓸 수도 없었다. 우선 인스턴트음식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과일도 더 많이 먹이고 물김치로 유산균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어제, 오늘은 아이의 눈이 더 부어올라 있어 불편할 것 같은 안쓰러움과 혹시나 다른 이유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의심을 하며 진료를 봤다. 결과는 심한 아토피로 지금 상태에서는 스테로이드제제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의 몸 상태를 더 좋게 할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굴렸다. 한편으로는 다른 질병이 아니어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이럴 때 두려움에 웅크리는 나를 만나곤 한다. 우선 급한 불은 꺼야겠지만 아이에게 더 좋은 방법으로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주고 싶은 욕심이 앞서다 보니 길이 더 안 보일 때가 있다. 그래도 감사한 건 예전과 다르게 이런 일들을 의논하며 함께 해결해 가는 짝꿍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오면서 잠들지 못하고 불안에 떨던 어제의 나를 보게 된다. 그런 내 안의 작은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