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나는 곳에

by 이혜연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세상은 시작된다


주저앉아 있던 어제의 정박지에서

더 멀리 나아갈 그 시작점에

등대가 서있다


저 바다 어디에

심한 폭풍우가 도사리고 있다 해도

불빛을 등에 지고

어둠을 헤엄쳐가리라


바다 깊숙이

깊숙이 나아가다보면

거기 반딧불이 같이 작은

새로운 빛이 시작되는 곳에

거대한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에



포항의 작은 해수욕장은 유난히 바닷물이 투명하고 모래가 고왔으며 빨간 등대가 육지 끝에 부적처럼 서있었다. 따뜻한 빛을 품은 망부석처럼 저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등대는 고운 마음씨를 가진 누군가의 뒷모습처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마법이 있었다.

파랗고 깊은 하늘을 이고 꿋꿋이 서 있는 등대를 보며

인생의 바다에서 저 등대처럼 나를 기다리는 이는 누구일까 생각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 보는 순간 마음을 놓고 기댈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등대 같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타인이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 나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나라는 고민도 했다.

우리는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로 나아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그곳에 나만의 깃발을 꽂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든 다시 돌아와 쉴 수 있는 등대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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