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심상

by 이혜연


누구에게 띄워야 하나

밤은 더욱 급하게 어둠을 내리고

뜨겁던 한낮의 바람도

싸늘히 식어버렸다


붉은 눈물을 떨어뜨린 채

나무는 점점

야위어 갔다


보고 싶다고

만나야 한다고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고

말하려 해도


울컥울컥 울음이

까슬한 성대를 막아내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창 밖으로 우수수 쏟아지는 낙엽을 잡아

책갈피로 꾸욱 눌러

마음을 적다 보면


바스락 부서지는 낙엽편지가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적막한 가을밤


연휴가 끝나가는 오후, 아이들과 놀이터에 나오니 축구장 인조잔디마당에 중학생들이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변성기 특유의 쇤 목소리와 강하게 때리는 비트를 무기로 올라가지 않는 음은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용솟음치는 청춘의 호르몬으로 떼창을 한다. 설익은 청춘의 노래가 부끄러운지 놀이터 나뭇잎들이 빨갛게 물들었다. 계절은 사방으로 스며들어 나무는 색색으로 물들고 사춘기 아이들의 열창은 풋사랑을 영글게 한다. 여름 내 사랑을 갈구하던 매미들이 떠난 자리에 서너 명의 남학생들의 절규가 울려 퍼지며 놀이터 한쪽은 엉망진창 콘서트로 뜨거워졌다.


모든 것들이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에 사랑은 더욱 끈끈한 약속이 되어 추운 겨울을 준비하게 한다.

이제 진짜 가을이다.

세상의 잦은 이별을 뒤로하고 따뜻한 겨울을 함께 할 사랑을 약속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가을, 편지를 띄워야 한다.

이전 10화길이 끝나는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