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의 노래
세차게 몰려드는 파도는
버텨내는 방파제를 이길 수없다
수없이 때리고 덮쳐도
다닥다닥 붙은 따개비가 무거워도
두 발을 바닥에 붙인 채
서로의 어깨를 걸친 그들의 몸짓은
태풍이 몰아치는 날 선 날에도
미동 없이 우뚝 서서
삶을 노래한다
어렸을 때 바닷가에 가면 바다가 보였다.
저 너머를 알 수 없는 곳까지 푸르게 넘실거리며 발끝을 간질이는 잔잔한 파도와 모든 것을 삼킬 듯 덮치는 파도가 멋져 보였다. 바다 너머의 세상으로 얼른 뛰어들어 새로운 곳을 탐험해보고 싶었었다.
서른 쯤에 바닷가에 가면 등대가 보였다.
누군가 그곳에 서있어 주길 바랐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헤매는 내게 길을 밝혀주는 등대 같은 누군가를 원했었던 것 같다.
오십이 되어 다시 바닷가를 찾았을 때 비로소 방파제가 보였다.
파도는 들이치고 끊임없이 지형을 바꾸며 바위를 없애버린다. 파도 앞에 나를 지킬 수 있는 것, 거친 세상에서 든든히 자신을 세우고 일상을 일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방파제였다.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함께 모여 어깨를 걸쳐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바다는 언제나처럼 들어오고 나가고 있고 파도는 오늘도 해안을 덮칠 준비가 끝나있다. 거대한 파도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세상에서 굳건히 지켜야 하는 건 강인한 심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나다운 것, 행복을 주는 일을 하며 시간을 일구는 것, 그리고 서로의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포용력을 기르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삶의 방파제가 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