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시장 아지매

by 이혜연
죽도 시장 아지매


바닷바람이 들이치는

지붕 낮은 시장 골목

파도치듯 일렁이는 손길에

푸른 칼날이 춤을 춘다


거침없이 삶을 가르는 포식자 같지만

어린 자식 굶기지 않으려

새벽 댓바람부터 나와

작은 앉은뱅이 의자에서

생을 일으키는 여린 엄마가 있다


누군들 비린내 나는 이 생에서

애쓰지 않는 이 있을까

산다는 것은 매번 최선을 요구하는

지루한 줄다리기


죽도시장 아지매 애타게 부르는 소리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눈부신 외침이

비린내 나는 시장에서

팔딱팔딱 튀어 오른다


명절마다 들렀던 죽도 시장.

좁은 시장 길 양옆으로 싱싱한 활어들이 펄떡대며 줄지어 있었다. 앉은뱅이 의자에 도마 하나 끼고 어찌나 재빠르게 생선을 손질하던지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식구들 좋아하는 종류로 이것저것 고르면 어느새 아이스 박스 가득 횟감이 차오르고 서울에서 배불리 먹어본 적 없던 회를 배가 터지도록 먹고 먹어도 다 먹지 못하고 남겼었다. 골목골목 젓갈이 맛있는 집, 김이 맛있는 집을 수소문해서 서울 갈 때 바리바리 싸 오곤 했는데 올 추석엔 다른 때보다 한가한 시장에 건어물 시장은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일본 원전수 방류로 모두들 해산물을 경계하게 된 탓인지 공용주차장도 무료개방하고 생산회 양도 다른 때보다 더 많았는데도 왠지 물 빠진 바닷가를 걷는 것처럼 한산하고 쓸쓸한 느낌이었다. 회를 좋아하는 시댁식구들도 이번이 마지막 회 잔치일 것 같다고 말했다.

죽도 시장 아지매의 팔뚝은 지금도 굳세고 힘차보였다. 하지만 먼 데서 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그의 옆모습에서는 긴 시름이 무겁게 자리 잡은 것처럼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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