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바다

파도를 읽는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by 이혜연
너의 바다

아이야

바다는 항상

숨을 쉰단다


길게 들어오는 숨은

모든 걸 삼킬 듯

들이쳐오고

거대한 손길 속에

애써 세웠던 모래성은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멀리 돌아서는 숨엔

바다가 숨겨놓은 수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드러나기도 하고

하나하나

녹록지 않은 파도를 만난 이야기들로

바다는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하지만, 아이야

들어섬과 물러섬은

숨쉬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란다


모든 것을 이룬 듯할 때도

한순간에 다 앗아가듯

매몰찬 순간을 만날 때도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것을


다시 채우고 비우는 일들이

자연의 숨결이라는 것을

기억해두렴



시누이 집이 있는 포항에 오면 항상 영일대 쪽 바닷가를 산책합니다. 수많은 연인들과 손잡은 가족들, 그리고 모래로 성을 쌓는 아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중에서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파도 놀이입니다.


작은 파도가 다리를 간지럽히면 가만히 지켜보다가 어느새 큰 파도가 오면 꺄르륵하고 파도와 잡기 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도망치는 속도도 빨라지고 큰 파도가 오는 것을 더 빨리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인생에서도 파도를 읽는 사람이 되길 기도합니다

밀려들 때는 조금 물러서기도 하고 빠졌을 때는 부지런히 수확한 것을 저장해두는 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순간 무너져내리는 모래성을 짓느라 한낮의 수고를 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아이들이 될 수 있길, 오늘도 기도합니다.

이전 09화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