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어디쯤에서 나를 만나게 될까

by 이혜연
여행

맑게 날아오르는

새소리

고된 작업을 하고

잠시 그늘을 빌려

쉬고 있는

대화들


한걸음

한걸음을 옮겨

떠나온 곳으로부터

멀리

가고 있다


어디쯤에서

나를 만날 것인가


먼 곳으로 떠났어도

결국은

나에게로 돌아와야 하는 것

그것이

여행



도화살이 있는 것처럼 나는 혼자서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도로연수 100시간을 채우고도 운전을 못 하는 나는 아무 버스나 골라타고 종점까지 가보거나 지하철로 춘천 가기. 버스 타고 강원도에서 목포까지 혼자서 여행하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이 죽어있는 오감을 깨워댔다. 보는 것, 듣는 것들이 여느 아침의 것들과 비슷할 텐데도 내가 주로 활동하는 곳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끼게 됐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일시성이라는 것도 있을 것 같다. 며칠 혹은 한나절만 머무는 것이 그곳을 더 특별하게 했고 집중하게 했다. 따지고 보면 이 생에서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내 영혼에게는 찰나일 것이다. 어렸을 때 힘들었던 일들도 지나고 나니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죽을 것 같던 힘든 시간을 방패 삼아 나를 숨기고 방치한다면 과거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괴롭히게 놔두는 자기 방치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멀리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편안히 쉬어야 할 나의 방에 어지러운 어제의 쓰레기가 넘쳐나지 않도록 나를 닦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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