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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13. 2022

소식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소식

아이야

처음 네 소식을 들었을 때

철없는 에미는

두려웠다


이 모진 세상,

어쩌면 모순이 가득하고

삐걱대며 굴러가는 길 위에서

작고 소중한 너를

일으켜 세워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

너무도 무서웠다


왜 진작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지 않았던가

왜 좀 더 일찍

덜컹거리는 거리를 손보지 않았던가


하지 않았던걸 후회했고

할 수 없었던 능력들에

좌절했었다


하지만, 아이야

부족한 엄마는

그렇다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너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너를 만나기 전부터

너를 만나는 내내

나는 기도했다


너의 안부를

네가 펼칠 세계를

네가 가질 그 모든 것들을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다


그러다 오늘 문득

내 기도 중에

돌아가신 엄마의 기도가 있음을

깨달았다


너에 대한 나의 사랑도

아마

엄마의 엄마가

하늘에서 주는 기도일지도 모르겠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아이들과 경주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첨성대도 보고 천마총에도 들어가 봤지요.

아이들은 왜 이렇게 무덤이 크냐고도 묻고 엄마도 죽냐고도 묻더라고요. 저는 어렸을 때 엄마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거짓말 같은 진실을 한 번도 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엄마는 그냥 내 엄마고 언제고 내 곁에서 나를 위해 영원히 기도해주는 사람으로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이별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둘째가 아빠의 엄마는 누구냐고 묻길래 할머니가 낳아주셨다고 하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제 딴엔 할머니가 어른 아빠를 낳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 눈치였어요. ^^


추석 연휴가 어느새 끝났네요.

친정부모님이 두 분 다 돌아가신 후 명절은 항상 시댁 식구들과 지냅니다. 시댁 식구들은 모두 점잖고 특별히 며느리라고 일을 시키시지도 않아서 시댁에 대한 불편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함께 하는 시간도 좋습니다. 그런데도 연휴가 끝나는 오늘, 갑자기 우리 엄마는 잘 계실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여전히

엄마가 나에 대한 기도문을 읊조리고 있어서겠지요?

딸은 어쩌다 생각날 때 엄마의 안부를 물어도

엄마는 어쩌다 까먹으면 화들짝 놀라 두배로 기도해주시고 계시기 때문일까요? 안 그래도 되는데... 예쁜 토끼 같은 아들들과 신랑이랑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러니 엄마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매일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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