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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10. 2022

소원

나는 나로서 완성되는 존재

소원


휘영찬 밝은 달에

소원을 이야기해보자


이생에서 갖고 싶은 것들을

별을 세듯

하나 둘

헤아려보며

모두의 달님에게

길을 밝혀달라고 이야기해볼까


이정표를 짊어지고 가는

모험자에게

오른쪽 왼쪽을

말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운명이 정한 대로

달릴 수 있을까


이쪽이어도 좋다

저쪽이어도 괜찮다

어제의 아쉬움과

오늘의 수고로움으로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미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야간산행을 한 적이 있었다

12월 31일, 한겨울의 태백산이었다.

생애 처음 하는 야간산행을 태백산으로 정하는 무모함을 장착한 채 무릎까지 눈이 쌓인 곳을 뚫고

한 발을 뗐다. 그 순간 알았다.

나의 무지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그곳은 진짜 완벽한, 칠흑의 정석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이 모두 까맣게 통일된 곳에서 길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어둠 속을 한 걸음씩 두드리듯 걸었었다

처음 출발점으로 돌아가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산으로 들어와 걷고 있었기에

뒤돌아설 수 없었다


 완벽한 어둠은 내가 걷는 것인지 날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게 했다


그러다 운동화 끈이 풀려 끈을 고쳐 메고 앞을 봤는데

아무것도 안보였다

어둠은 시각적인 것보다 공간을 채우는 숨 쉴 수 없는 밀도에 가까웠다. 두려움은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방향을 뺏어가고 내가 서있는 자리를 허망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몇 초가 흐르고 저 멀리서 앞서가는 누군가의 랜턴이 반딧불처럼 어둠 속에서 춤을 췄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속력으로 그 불빛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새벽녘에 태백산 정상에서 맞이한 일출은 지금껏 경험했던 모든 아침 중에서도 가장 멋지고 웅장한 감격을 안겨주었다


우리의 소망이란 것도 이런 게 아닐까

불확실한 모든 것들에 불을 밝히고 길을 찾게 하는  것.

그 길을 위해 오늘도 성실히 걸음을 옮겨보며 정상에서 맞이할 우리의 기적을 믿는 것.

당신이 소망하는 그것으로 당신을 완성시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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