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무채색으로 빠르게 만들고 있는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사소한 감정들은 비에 젖은 낙엽처럼 지고 무감각한 시간들만 뼈대처럼 남아 있다. 이대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화집을 함께 선보일 순 없지만 올 해가 가기 전에 개인전을 해보려고 갤러리 담당자에게 갔더니 올해 일정은 모두 찼다고 하셨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발이 100kg 추를 단 듯 무거웠다. 비마저 오니 자꾸 미끄러지려 휘청거렸다.
지난날들을 돌아본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했는가. 후회도 있고 자책도 있었다. 침울한 마음을 달래려 평일 오전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저런 한탄을 하며 그래도 '잘하고 있어'라는 한마디를 듣고 싶어 돌려 말하고 근황토크도 하고 옛이야기도 주절주절 두서없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 속으로 '넌 잘될 거야'라고 말해줘라는 무언의 신호를 계속 보냈다. 그렇게 몇몇 친구들과 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낸 후에도 다시 공허가 찾아왔다. 혼자 있는 적막한 시간이 무거웠다. 그렇다고 강의를 듣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갈팡질팡 적막한 시간과 의미 없는 소음사이의 선택의 기로에서 유튜브 쇼츠를 무심코 눌렀다.
" 잘되려는 욕망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가수 김종국 씨의 인터뷰였다.
<누가 봐도 나쁜 상황에서 그 상황을 탓하거나 불평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어떻게든 긍정적인 것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결국엔 아주 조그만 부분이라도 좋은 일을 만들었고 그렇게 매번 연습에 연습을 하다 보니 지금 자신은 어떤 일을 해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오히려 손해 본다, 양보한다라고 생각하면 그런 부정적인 기분이 줄어든다. 결국 잘 되려는 욕심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복잡한 미로 속 생각 실 타리 하나를 잡아 안테나로 썼나 보다. 오늘 내게 필요한 말이 김종국 씨의 입을 통해 위로와 함께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이래서 산다는 것은 기적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