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by 이혜연
너를 만나고

화창한 가을 한낮

소란스런 일상의 거리에서

너를 만났다


무심한 차들을 막아서고 걷는 길

가을바람이 매섭다

햇살이 머무는 쪽으로

너를 세우고 걷다 보면


시간을 다 써버린 낙엽의 그림자가

엘리스의 토끼를 만난 듯 서둘러

거리 한구석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진 자리


오래된 길 한편으로

그리움의 향기를 맡으며

오늘

너와의 시간을 노래한다



너를 만나 사랑을 하고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나왔어?"

"너랑 데이트하려고."

"데이트가 뭐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추억을 쌓는 거지."


오늘은 첫째 아이 학교 자율 휴업이라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요즘 팝업스토어가 많다는 성수동에 갔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도통 그쪽은 발걸음 할 일이 없어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입니다. 오늘은 마음먹고 첫째와 함께 지하철로 젊은이들의 거리, 유행의 거리로 향했지요. 평소와 다르게 차려입은 저를 보고 예쁘다며 칭찬을 해줘서 어깨를 한껏 올린 채 거리를 걸을 수 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둘만의 데이트이니 아이에게 맞추자는 생각으로 아이의 발걸음에 맞춰 걷고 가고 싶다는 곳으로 들어가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었습니다. 요즘 핫한 곳인 만큼 팝업 하는 곳이 많았는데 덕분에 여러 가지 체험과 게임도 해보고 새로운 디자인의 물건들도 살펴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 됐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많아서 놀랬습니다.

아이 학교가 쉬는 날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예술의 전당을 가보려 검색을 하기도 했지만 오래간만에 둘만의 데이트니 가볍고 신나는 곳으로 하자는 생각에 결국 성수동을 택했지요.


아이가 커갈수록 교육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합니다.

학습지나 학원을 따로 안 다니니 가끔 너무 방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오늘 같은 둘만의 시간에 더 교육적이고 뭔가 더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것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가끔 이렇게 친구처럼, 데이트 나온 연인처럼 아이의 손을 잡고 신나게 놀아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달달한 쵸코라테를 홀짝이며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나의 작은 연인의 볼이 행복감으로 발그레해진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 특별한 오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위한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어제의 우울 따위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제가 더 행복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코스는 잠실교보문고를 들러 함께 책을 골라 오는 것이었죠. 그렇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 가을 한복판을 가로질러 오는데 하늘이 너무나 맑고 화창해서 눈이 부셨습니다.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아름답고 눈부신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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