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코끼리가 간다

by 이혜연
분홍코끼리가 간다


길 위로 파도처럼

바람이 일렁이면

나무에 묶여있던

빨강 노랑 초록의 물고기들이

느슨해진 어망을 뚫고

자유롭게 거리를 유영한다


거대한 해류처럼

대륙을 여행하는 바람은

이 생에 묶인 모든 자유로운 것들의

올무를 풀어내고

같이 가자 한다


우리가 함께 하던

바로 그곳으로




바람에 날리는 낙엽들이 꽃보다 아름답다. 무수히 내리는 함박눈처럼 작은 흔들림에도 미련 없이 온 세상으로 나리고 나리는 색색의 눈꽃처럼 그렇게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날이다. 가끔 길을 잃은 느낌이 들면 먹이를 찾아 수만 킬로를 기억해 내며 걸어가는 코끼리가 생각난다. 그들은 공감능력도 뛰어나고 사회성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연의 생태공학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숲을 개간하고 나무를 키우며 식물의 번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커다란 몸집으로 달려들면 사자도 도망갈 정도로 자기를 지키는 능력도 탁월하다. 순하디 순한 눈매로 아무도 해치지 않으며 거대하고 먼 길을 함께 찾아가는 코끼리가 어쩌면 나만 잘났다 하는 인간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읽고 있는 프레임 책에 자기중심적 프레임을 벗어나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심리학책인데도 문장을 읽을 때마다 그림이 그려지며 술술 읽히는 책이라 낙엽이 아름답게 날리는 가을에 딱이다. 또, 곳곳에 허를 찌르는 웃음도 있다. 그중에 하나는 예전 전파견문록에서 나왔던 어린아이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퀴즈를 어른이 맞히는 게임이다. 5가지 문제 중에 겨우 2문제를 맞췄는데 새삼 아이들의 혜안에 감탄이 절로 났다.


1. 엄마는 놀라고, 아빠는 눌러요. ( )

2. 이 사람만 가고 나면 막 혼나요. ( )

3. 제가 100점 맞으면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이에요. ( )

4. 이게 없으면 노래를 못해요. ( )

5. 이것은 언제나 출렁거려요. ( )


혹시 몇 개는 맞추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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