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니?

by 이혜연
들리니?

해 질 녘 바람이 차가워

문을 닫는다


저녁을 먹고

상을 물린 후

잠시 쉬는데


들리니?


밖에 따뜻한

눈이 내려


오늘도 고단했지

수고했어

애썼어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시간

수 없이 밟히고 헤집어진 땅 위로

토닥토닥 따스한

눈이 내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에는 아직 감도 주렁주렁 달려있고 단풍도 한창입니다. 하지만 바람에서. 분위기에서 초겨울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밖에 놓았던 화분을 집 안으로 들이니 현관이며 거실에 식물이 한가득이고 옷도 두꺼워 가끔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제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11월은 12월보다 더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 한 해가 가지 않았다고 우기며 버티고 있는 모양새가 펼쳐지는 게 11월인 것 같아요. 지난날들의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괜찮다, 애썼다, 잘하고 있다... 빈 의자에 홀로 앉아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봅니다. 다시 꽃 피울 내일을 위해 스스로에게 위로와 사랑을 보내는 십일월의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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