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룰 수 없는 사랑을 멀리 두고 온 듯 애타고 그립다. 높은 빌딩들이 새삼스레 답답함을 유발하고 어딜 가나 비슷한 골목길이 지루하다. 사람이 만든 것에는 사람의 한계가 보이기 마련이지만 자연 속을 걷다 보면 신의 무한한 사랑과 능력을 느낄 수 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으며 댕구르르 굴러가는 공벌레마저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에 알맞게 지어놓으셨다는 걸 새삼 감탄하며 보게 된다.
내게 제주는 노을마저 제주도스럽게 느껴진다. 도심의 노을처럼 중간중간 끊기거나 막힘이 없이 푸른 바다를 가득 채우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렇게 타오르다간 바다가 온통 들끓어 부글부글하다 터져버릴 것 같아도 이내 푸른 제주도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육지에서는 고생고생 올라가는 산 정상에서야 맛볼 수 있는 조망을 제주도는 얕은 언덕배기만 가도 사람 사는 마을이 작디작은 점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그 경쾌한 멀어짐이 좋다. 힘이 들지 않으면서도 삶에서 조금 비켜설 수 있으니 해방감이 두 배가 된다. 요즘은 그리운 제주로 어떻게 하면 1년 살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바람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처럼 그렇게 남쪽으로 부는 바람에 살짝 안부인사를 띄우 듯 몸을 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