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제주

by 이혜연
그리운 제주

동글동글 귤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귤

검은 담벼락 안에서

탐스럽게 익어간다


산굼부리의 억새 사이로

말들의 발걸음은

어찌 이리 가벼울까


바다 멀리 둥그런 점하나

바람도 많고 사연도 많다지만


바다 가득

붉은 노을이 피면

새까맣게 타버린 돌들도

까무룩 잠이 든다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멀리 두고 온 듯 애타고 그립다. 높은 빌딩들이 새삼스레 답답함을 유발하고 어딜 가나 비슷한 골목길이 지루하다. 사람이 만든 것에는 사람의 한계가 보이기 마련이지만 자연 속을 걷다 보면 신의 무한한 사랑과 능력을 느낄 수 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으며 댕구르르 굴러가는 공벌레마저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에 알맞게 지어놓으셨다는 걸 새삼 감탄하며 보게 된다.


내게 제주는 노을마저 제주도스럽게 느껴진다. 도심의 노을처럼 중간중간 끊기거나 막힘이 없이 푸른 바다를 가득 채우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렇게 타오르다간 바다가 온통 들끓어 부글부글하다 터져버릴 것 같아도 이내 푸른 제주도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육지에서는 고생고생 올라가는 산 정상에서야 맛볼 수 있는 조망을 제주도는 얕은 언덕배기만 가도 사람 사는 마을이 작디작은 점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그 경쾌한 멀어짐이 좋다. 힘이 들지 않으면서도 삶에서 조금 비켜설 수 있으니 해방감이 두 배가 된다. 요즘은 그리운 제주로 어떻게 하면 1년 살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바람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처럼 그렇게 남쪽으로 부는 바람에 살짝 안부인사를 띄우 듯 몸을 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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