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눈에도 선명하다 못해 투명할 지경인 빨간빛에 매료되어 봄이 되면 꽃을 기다렸고 여름이 지나면 빨갛게 익을 가을을 기다렸다. 선생님 몰래 예쁜 꽃사과 하나를 따서 보물을 얻은 양 이리저리 만지고 감탄하다가 입안에서 한번 굴려보기도 하고 맛이 궁금해 살짝 베어 물기도 했었다. 역시나 작은 몸 안에 씨앗이 가득해서 먹을 건 별로 없는데도 어찌나 유혹적으로 생겼는지 볼 때마다 마음이 뺏기곤 했다. 시간이 지나 요즘 우리 아이들 노는 놀이터에서 다시 꽃사과에 빠져들었다. 봄이면 미끄럼틀 옆, 햇살 가득 드는 곳에 나무 한가득 하얗게 꽃을 피우면 꽃그늘 아래 밴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꽃을 감상한다. 어느 날은 나무가 잘 보이는 반대편 밴치에 앉아 감탄하며 바라보기도 한다.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다. 가을이면 붉은 낙엽을 우수수 쏟아내기도 하고 아주 늦은 겨울까지 어느 때는 하얀 눈꽃을 이고도 그 영롱한 붉은빛을 잃지 않고 매달려있기도 한다. 과육이 있어 입을 즐겁게 하진 못해도 나의 눈에 즐거움과 영혼의 양식은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는다. 올봄 때 이른 더위와 변덕스러운 한파를 잘 견뎌주고 한여름 폭염에도 녹아내리지 않고 버텨주어서 고맙다. 첫눈이 오는 날에도, 차가운 겨울밤에도 빨갛게 불을 밝혀주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꽃사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