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빛이 머무는

by 이혜연
따뜻한 빛이 머무는


물고기처럼 헐떡이며

고개를 숙이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거리를 걸었다


고된 하루가 저무는 오후

갈급한 휴식에

갈증이 몰려온다


발을 잡아 끄는 족쇄를 풀고

목을 죄는 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고

현관문을 들어선다


흘러내리는 긴장을

의자에 툭 걸쳐두고

따뜻한 빛 가운데서

쉬리라


어젯밤 늦게 까지 시화집의 목차와 여는 말을 정리했다. 오늘은 3시간 정도 아르바이트가 있어 새벽에 그림을 그리고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서 일을 했더니 지하철에서 자꾸 잠이 쏟아졌다. 다행히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성품이 좋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힐링을 하다 온 것 같은 기분으로 일을 마쳤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시화집을 제본한 것으로 다시 열은 맞는지, 그림의 방향이 매끄러운지, 시와 에세이의 문장이 괜찮은지 수정작업을 하면서 왔다. 몇 번을 보는데도 볼 때마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거나 그림의 배열을 바꾸고 싶은 곳이 나타났다. 제본을 하기 전까지 수없이 봤는데도 오탈자가 있었고 순서를 완전히 뒤집어야 부드럽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다. 예전에 kbs드라마작가과정을 할 때도 수정을 하고 하다 50번까지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드라마를 볼 때 소파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볼 정도로 작가들의 노고와 치열한 고민에 경의를 표하고 보는 습관이 생길 정도였다. 한 씬, 한 씬 얼마나 많은 생각의 결을 거쳤는지 써보니 알게 되었다. 역시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 맞는구나 싶었다. 며칠 쉬지도 않고 시화집 편집을 수정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했더니 오후에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다행히 쉬고 나니 다시 힘이 난다. 정신 차리고 다시 제본집을 읽으며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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