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노래하라

by 이혜연
노래하고 노래하라


가장 너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라


혼자 있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노래하라


숲 속에서도

많은 사람 중에 혼자 걷게 됐을 때도

강가에 홀로 서서

뿌엿게 밀려오는 물안개 사이

길이 안보일 때도

너의 목소리로 노래하라


너의 노래를

신이 듣고 있을 것이기에


삶은 즐기는데 답이 있다


놀이터에 있으면 가끔 같은 반 엄마들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첫째는 맨날 보면 놀이터에 있던데 어떻게 받아쓰기를 매번 만점을 맞아요?

따로 집에 가서 공부해요?"

사실 요즘 초등 1학년 아이들의 받아쓰기 수준은 너무 높다. 엄마가 늙어서인지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 친정엄마가 남동생 돌보라며 입학식을 안 보내주셨다. 그런데 동네 또래들이 모두 학교에 가버리자 너무 심심해진 나는 아침마다 엄마에게 부지깽이로 부엌 바닥에 내 이름과 숫자 10까지를 쓰며 학교에 보내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기억에 4월 말인가 5월에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나에 비해 요즘 아들의 받아쓰기는 띄어쓰기부터 어른도 헷갈리는 단어들의 조합이 아주 많다. 나는 국민학교 1학년때 절대 못 했을 시험이다.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요즘 시스템에도 다들 누구는 몇 점 맞는지 잘 알게 되나 보다. 나는 우리 애 시험성적밖에 모르니 요즘 애들은 우리와 달리 모두 잘하나 보다 혼자 생각했더니 의외로 안 그런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물론 우리 첫째도 첫 번째 시험엔 4개를 틀려왔다. 그런데 틀리면 틀린 문장을 3번씩 써서 제출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그래서 첫째에게 네가 학생이니 학교에 규칙을 따라야 하는데 어차피 틀려도 써야 하니 그냥 하루에 딱 두 번씩만 쓰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저녁 6시 넘게 까지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가서 딱 두 번씩 썼다. 그런 첫째가 엄마들 사이에서는 신기해 보였나 보다. 비결이랄 것은 없지만 예전에 송파구청 소속으로 학습코칭 선생님을 했던 경험을 통해 방법을 알려주었다. 공부는 매일, 같은 시간에, 목표한 만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습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엄마가 인지해야 한다. 인생은 어쩌면 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받아쓰기 연습하면 유튜브를 보여준다는 약속을 하거나 장난감을 사준다고 해서도 안된다. 무리하게 선행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냥 아이에게 몇 번을 쓰면 힘들지 않고 계속 쓸 수 있겠는지 묻고 매일매일 하는 걸로 약속을 정하면 된다. 엄마도 아빠도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하고 있고 그건 우리 각자의 삶의 몫이라는 걸 항상 말해준다. 그걸 힘들어하거나 지쳐한다면 운명이라는 미명아래 자신의 능력과 한계치를 한탄하고 원망할 뿐이다. 하지만 하루에 자기가 성취할 만큼의 목표를 매일 정한 만큼 한다면 훨씬 쉽고 결과도 좋다. 매일 하는 일이 진보가 없어 보이더라도 그 하루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쓰이는 것보다 내 삶의 발판에 차곡차곡 쌓이는데 쓰이는 것이 올바른 의미일 수도 있다. 내 발아래 쌓이는 것들이 많을수록 나는 멀리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지치지 않고 삶을 즐기듯, 신이 주신 내 삶을 맘껏 누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겨울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