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해지는 오후

by 이혜연
나른해지는 오후

오후 그림자처럼

흐물거리며 무너지는 몸을

길게 뻗어

오수를 깨운다


몸이 마음에 갇혀

손가락 하나도

들어 올리기 힘든 날


거품이 사그라든 카페라떼 같은

오후의 따스함을 채워보자



시화집과 컬러링 북을 동시에 출간하려니 요즘 몇 달간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새벽 3시 혹은 4시에 일어나 명상과 짧은 독서를 하고 나면 그림을 그리고 책을 편집하며 녹슨 머리를 마구마구 돌려대며 제발 팍팍 좀 돌아가라 주문을 외우곤 한다. 오늘로 어느 정도 편집을 마무리하고 책 표지를 정하면 이제 심사를 맡겨볼 생각이다. 내년 2월 정도엔 취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더 급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시간과 내 몸을 새벽형으로 완벽히 재 세팅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새벽엔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2월에 취업하기 전에 개인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라서다. 아이들 방학인데 어쩔 수 없이 1월 중으로 잡아야 해서 일어나자마자 갤러리 공간 사이트에 가보니 다행히 1월 18일부터 1월 26일까지 대관이 가능했다. 작년에 이어 올 해도 송파여성문화회관 6층 갤러리 공간으로 예약했다.

올해 마지막인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는 양천문화회관에서 단체전을 하기에 그전에 책을 출간하고 개인전에 전시할 그림도 완성해야 한다. 당분간 나른한 오후를 기대할 수는 없어도 뭔가를 위해 이렇게 불사르는 날들이 한편으론 기쁘고 설레기도 하며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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