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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간

by 이혜연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간

노랑의 침묵은

깊은 보랏빛이다


타는듯한 빨강의 추억도

농도 짙은 보라다


푸르디푸른

내일을 위한 희망도


결국 깊이를 모르는

보랏빛 너울이다


새벽은 무언가 농밀하게 꽉 차있는 느낌이다.

적막한 침묵 이면에 더 농도 깊은 무언가가 포근하게 모든 것을 따뜻이 품고 안아주고 있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물방울 하나 떨어지듯 작은 이슬 같은 내가 잠을 깨워 새벽의 문을 열면 거기 오롯이 나만이 존재하는 세계가 열리곤 한다. 그 속에는 펜슬이 움직이며 내는 노란색과 빨간색의 흥얼거리는 노래가 또 다른 문을 열어젖히고 있을 뿐이다. 소리와 나, 혹은 소리와 소리,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하나의 소리가 새벽 속으로 녹아들어 가 있다. 그건 밤의 외로운 어둠과 다르다. 새벽의 어둠은 뭐랄까 빛이 한없이 농축되어 걸쭉해진 상태라고나 할까? 태양 한 조각은 그만큼의 양만 보여줄 뿐 거대한 새벽의 빛을 모두 보여주진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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