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침묵 이면에 더 농도 깊은 무언가가 포근하게 모든 것을 따뜻이 품고 안아주고 있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물방울 하나 떨어지듯 작은 이슬 같은 내가 잠을 깨워 새벽의 문을 열면 거기 오롯이 나만이 존재하는 세계가 열리곤 한다. 그 속에는 펜슬이 움직이며 내는노란색과 빨간색의 흥얼거리는 노래가 또 다른 문을 열어젖히고 있을 뿐이다. 소리와 나, 혹은 소리와 소리,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하나의 소리가 새벽 속으로 녹아들어 가 있다. 그건 밤의 외로운 어둠과 다르다. 새벽의 어둠은 뭐랄까 빛이 한없이 농축되어 걸쭉해진 상태라고나 할까? 태양 한 조각은 그만큼의 양만 보여줄 뿐 거대한 새벽의 빛을 모두 보여주진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