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갔다. 이 책, 저 책을 둘러보다가 박노해 시인의 사진에세이 <다른 길>을 발견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가만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를 기다리는 동안 시인이 이끄는 티베트와 인디아 오지의 순박한 풍경과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오지의 어느 어촌 마을이었는데 일본이 점령할 당시 자라나는 새싹부터 말살시키겠다며 학교 운동장을 없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벌거벗고 바닷가에서 신나게 긴 나뭇가지를 이용해 전심전력으로 줄다리기를 하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진은 흑백으로 되어있어서 그리고 싶은 이미지로 그림을 그렸다. 짙푸른 바다, 그곳에서 밀고 당기며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 멀리서 보면 부질없어 보여도 그곳에서는 피 말리는 전투가 벌어지곤 한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나뭇가지 하나도 상대가 원하고 내가 원하면 쟁탈의 원인이 되고 다툼의 역사가 된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함께 가는 이가 있다면 더없이 즐거운 바다가 되겠고 목적지를 안다면 하루하루 그곳을 향해가며 희망과 기쁨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항해가 그 도착점을 향해 즐겁고 행복하게 나아가길 기도한다.